스마트폰으로 반려견 코주름(비문) 인식

/ 김태헌

UNIST 생명공학 졸업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표준화위원회 위원

스타트업 ‘파이리코’ 창업


'동물 보호', '동물 복지'가 이제는 일상적인 단어로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이른바 '펫팸족'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보호자들은 단순히 제때 밥을 챙겨주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영양제를 먹이고 어떤 옷을 입히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지 고민하며 더 좋은 양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그에 상응하게 반려동물 시장에는 날이 갈수록 발전된 식품, 용품이 출시되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접목한 펫테크 서비스들도 다양해지면서 시장 규모가 어느덧 3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유망시장으로 반려동물 시장이 조명되니 이제는 가족 구성원의 측면에서 '동물 보호', '동물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부분들이 제도적으로도 발전되어야 할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가족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주민등록번호가 발급되는 출생신고다. 반려동물은 어떠한가? 보호자와 연결되는 동물 등록이 가족의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절차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등록번호 발급 체계에 대해 정의한 동물등록제는 가족이 되기 위한 '동물 보호', '동물 복지'의 근간이 되는 제도인 것이다.

자료 필자제공
자료 필자제공

동물복지의 핵심, 동물 등록

동물등록제는 유기동물 발생 감소와 유실동물의 구조를 위해 2014년부터 3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의무화가 진행되었고, 2020년부터 등록 시기가 2개월령으로 앞당겨지며 반려견이 분양되는 순간부터 동물등록번호가 부여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현재 동물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동물판매업체에서 가까운 동물병원에 방문하여 RFID 정보가 내장된 마이크로칩을 반려견의 피하에 삽입하는 시술을 받거나, 외장형 펜던트를 구입하고 구청에 해당 RFID 정보, 반려견 정보, 보호자 정보를 기재한 신청서를 제출해야한다.

의무시행 8년차인 현재 동물등록제는 본연의 취지를 과연 달성하고 있을까. 동물판매업체에서 반려견을 분양을 할 때 동물등록이 완료되어야하기 때문에 인근 동물병원이 없다면 수의사를 통해서만 시술할 수 있는 내장형 칩 등록은 실행되기 어려우며 보호자는 자연스레 외장형 태그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외장형 태그는 분실이 쉽고 훼손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에 유기동물의 신원인증에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없는 등록 방식이다.

그래서 수의계에서는 어렵더라도 내장형 칩 시술을 권고하지만 "등록만 끝내면 된다" 그 이상의 의미가 없는 현실에서 보호자는 물론 동물판매업자 모두 내장형 칩 보다 간편한 외장형 태그를 찾게 되는 실정이다.

실효성 없는 동물등록제

지난 7월부터 동물등록제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등록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며 등록제 참여율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성과를 발표했다.

전년동기 대비 무려 3배 이상으로 등록건수를 높이는 데에 성공했지만, 외장형 태그가 기존 동물 등록 비중의 40%였던 반면 자진신고 기간 동안은 60%까지 늘어난 것은 등록의 실효성이 늘어난 것이 아닌 표면적인 등록 숫자만 뻥튀기가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진신고 기간 운영 외에도 전국 지자체는 내장형 칩 동물 등록 지원사업을 통해 등록을 활성화시키고자 수많은 노력을 행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이벤트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등록 활성화는 여전히 한계가 많다.

이로 인해 새로운 동물 등록 수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여러 대안 중 가장 현실적인 등록 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비문’을 활용한 반려동물 생체인식 솔루션이다.

사진 필자제공
사진 필자제공

반려동물 생체인식 솔루션의 등장

사람을 대상으로 한 생체인식 기술은 수많은 기술개발 성과들을 이뤄내며 발전하여 현재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는 지문으로 모두 조회 및 인증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안면인식 기술이 발달하여 간단한 스마트폰 잠금해제 뿐 아니라 간편결제의 핵심기술, 과학수사의 핵심기술 등 수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생체인식 기술은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반려동물 생체인식 솔루션은 1922년 소의 비문을 인식하고자 한 연구를 첫 사례로 기술개발이 시작되었지만, 2021년 현재까지도 Mass-adoption 관점에서 실제 상용화된 반려동물 생체인식 기술개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 반려견의 비문을 활용한 생체인식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어져 왔다.

수개의 스타트업이 창업하여 반려견 대상 생체인식 솔루션의 상용화를 시도했고 유기동물 구조, 펫보험, 반려동물 생애주기 토탈 플랫폼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여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을 목표했지만 현재까지 개발을 지속하는 스타트업은 3~4개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반려동물 생체인식 기술은 최근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통해 다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제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기술사업화를 추진해보면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너무나 다양한 동물의 품종, 품종마다 너무나 차이나는 외형으로 인해 개발 난이도가 굉장히 높고 비용과 시간이 크게 투자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반려동물이 카메라를 응시하게 하거나 특정기기에 신체를 접촉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한 비협조적인 환경에서 생체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쉽지 않음 또한 알 수 있다.

필자는 현재까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30개 대표적인 품종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규격화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비문과 안면 대상 500만개 이상의 생체정보를 취득하였으며 이를 통해 다중 생체인식 기반 반려동물 개체식별 솔루션을 개발하였다.

저작권자 © 뉴스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