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과 동물 2…동물원의 역사와 임무

 

글 / 임동주

마야무역 대표. 수의사


동물원은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동물원의 첫 시작은 희귀한 동물을 보고 싶어 하는 일부 지배층들의 욕구에서 비롯되었다. 동물이 많았던 고대에도 진기한 동물은 왕과 귀족들도 쉽게 도시에서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을 즐겨 보기 위해 동물원을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동물원은 B.C. 3500년경 상이집트의 수도였던 히에라콘 폴리스에서 탄생했다. 2009년 고고학자들은 이곳에서 개, 새끼 하마, 수사슴, 소와 송아지, 코끼리, 하마, 야생고양이, 개코원숭이 등을 포함한 112마리의 동물을 집단으로 감금한 흔적을 찾아냈다.

개코원숭이, 야생 고양이, 하마 등이 보호된 환경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뼈 골절의 징후를 찾아냈다. 또한 코끼리 등이 먹은 음식은 인간이 준 먹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즉 잡아먹기 위해 동물을 가둔 것이 아니라, 특정 목적에 의해 동물을 가둬두고 장기간 사육한 동물원이었음이 확인되었다.

고대 이집트뿐만 아니다. 메소포타미아, 인도, 중국, 이스라엘, 그리스 등에서도 우리에 다양한 동물을 가두고 키웠다. 기록상으로 서양에서는 B.C. 974~937 솔로몬 왕 때 동물 사육 기록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궁궐 안에 황제의 위엄을 상징하는 동산과 연못을 만들고 진기한 짐승을 길러서 오락장으로 삼았다.

서한시대에는 궁중 정원에 호랑이와 곰 등 맹수를 잡아다 우리에 가두어 기르면서 구경거리로 삼기도 했다. 한무제는 장안(오늘날 서안시)에 건장궁이란 궁궐을 짓고, 궁궐 서쪽에 호랑이를 키우는 호권(虎圈)을 만들었는데 둘레가 수십 리나 됐다고 한다.

그리스는 B.C. 7세기에 동물원을 지었는데, 동물을 단순히 놀이의 대상으로만 사육한 것이 아니라,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동물원의 동물을 열심히 연구하고 관찰해 『History of animal』을 펴냈는데, 이 책은 동물학의 선진적인 업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가 살던 시기 그리스 각 도시에 동물원들이 있어서 학습 자료로 많이 이용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을 크게 유혈동물(척추동물)과 무혈동물로 구분하고, 척추동물을 젖빨이강, 새강 등으로 나누었고, 무혈동물을 곤충류, 조개류, 유연류(문어, 오징어), 연갑류(새우, 게) 등으로 나누었는데, 오늘날의 동물 분류법과 거의 유사하다.

『History of animal』 아리스토텔레스는 최초의 동물학 책을 만들었다. 사진 필자제공
『History of animal』 아리스토텔레스는 최초의 동물학 책을 만들었다. 사진 필자제공

고대에 동물원이 학술연구와 교육 목적으로 이용된 것처럼 오늘날에도 동물원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리스 이후 오랫동안 동물원은 동물에 대한 연구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유럽에서는 로마제국 멸망 이후 동물원이 쇠퇴했다가, 16세기 대항해시대 이후 탐험이 활발해지자 세계 각지에서 기이한 동물을 가져오면서 동물원 설립 붐이 일어났다. 이로써 동물 연구를 위한 기초가 다져지게 되었다.

근대 동물원의 시작은 1752년 오스트리아의 빈에 설립된 쇤브른동물원이 처음이다. 본래 이 동물원은 오스트리아제국의 프란츠 1세가 마리아 테레지아 왕비를 위하여 세운 것인데, 1765년 요제프 2세에 의하여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이로써 처음으로 대중들이 동물을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서기 500년 백제 동성왕이 궁궐 안에 임류각을 세우고, 연못을 파고 기이한 짐승을 길렀다. 신라도 674년 궁내에 연못을 만들고, 여기에 화초를 심고 진기한 새와 동물을 길렀다. 이곳이 바로 안압지이다. 당시로서는 동궁이자, 연회장으로도 사용한 임해전 일대였다.

동물원을 만든 것은 특별한 짐승을 보며 즐기는 재미를 위함도 있었겠지만, 진기한 동물에 온갖 의미를 부여해서 왕과 국가의 권위와 힘을 과시하기 위해 동물원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근대적 동물원은 1909년 일제가 창경궁을 헐고 그 자리에 동물을 키우는 창경원을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하겠다. 아시아에서는 1865년 베트남, 1882년 일본, 1906년 중국에 이어 4번째로 생겼다.88 요즘은 다양한 놀이공원이 많아 인기가 떨어졌다지만, 서울을 방문한 사람들이 반드시 보고 싶어 하던 곳이 창경원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오랫동안 야생동물과 치열한 생존 투쟁을 하던 시기가 지나고, 이제 인류는 힘세고 사나운 동물들마저 사육장에 넣어 키울 만큼, 동물과의 관계에서 확실히 우위에 섰다. 그렇다고 승자인 인간이 패자인 다른 동물을 단지 구경꺼리로 삼기 위해 동물원에 넣고 사육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호수에서 놀고 있는 펠리컨. 오스트리아 쇤브른 동물원. 사진 필자제공
호수에서 놀고 있는 펠리컨. 오스트리아 쇤브른 동물원. 사진 필자제공

동물원이 인간의 호기심 때문에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현대의 동물원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동물원이 현대판 ‘노아의 방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대 도시문명의 발달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멸종 동물이 늘어난다면,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은 큰 위협을 받게 된다.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훨씬 더 큰 이익이라는 것을 깨달은 인류는 드디어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은 1966년 멸종 가능성이 있는 호랑이나 반달가슴곰 같은 야생생물의 명단(Red-data book)을 만들어 그 분포와 생식상황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안내 책자를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무질서한 자연 파괴를 방지하고, 멸종 위기에 닥친 동식물을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생겨나게 되었다.

IUCN에서 2~5년마다 갱신해서 발간하는 자료집에 따르면, 현존하는 포유류의 1/4, 조류의 1/8, 파충류의 1/4, 양서류의 1/5, 어류의 30%에 달하는 1만1천종이 멀지 않은 장래에 멸종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멸종 원인은 도시개발과 산림훼손에 따른 서식지의 축소와 무분별한 포획 때문이다.

이렇게 동물들을 멸종하게 만든 가장 큰 주범이 바로 인간이지만, 동시에 인간만이 동물들의 멸종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동물을 보호하고, 그들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

동물원은 단순히 동물을 보고 즐기기 위한 놀이시설이 아니다. 동물을 전시하는 박물관이며, 사회교육시설이다. 동물원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보존과 동물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사막에 서식하는 한 쌍의 사막여우. 사진 필자제공
아프리카 사막에 서식하는 한 쌍의 사막여우. 사진 필자제공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물원인 서울대공원의 서울동물원은 핵심가치를 동물복지, 동물과 서식지 보전, 생태환경교육, 시민 감동 등 4가지로 정하고, 동물복지와 보전을 추구하는 선진 동물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동물원에는 종(種) 보전연구실이 따로 있다.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번식과 복원, 그리고 서울대공원 내 동물의 전문적인 건강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종 보전 사업은 멸종되어가는 동물에 대한 관심과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희귀동물인 코알라가 나무에 앉아 있다. 동물원은 현대판 ‘노아의 방주’ 역할도 한다. 사진 필자제공
희귀동물인 코알라가 나무에 앉아 있다. 동물원은 현대판 ‘노아의 방주’ 역할도 한다. 사진 필자제공
조류사(사진 왼쪽, 출처; 태국 치앙마이 동물원), 사자(오른쪽, 출처; 일본 후지 사파리). 사진 필자제공
조류사(사진 왼쪽, 출처; 태국 치앙마이 동물원), 사자(오른쪽, 출처; 일본 후지 사파리). 사진 필자제공
호랑이(출처; 과천 서울동물원). 사진 필자제공
호랑이(출처; 과천 서울동물원). 사진 필자제공
버펄로(출처; 과천 서울동물원. 사진 필자제공
버펄로(출처; 과천 서울동물원. 사진 필자제공
코끼리(사진 왼쪽, 출처; 일본 후지 사파리), 코뿔소(오른쪽, 출처; 과천 서울동물원). 사진 필자제공
코끼리(사진 왼쪽, 출처; 일본 후지 사파리), 코뿔소(오른쪽, 출처; 과천 서울동물원). 사진 필자제공
원숭이 우리.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에 의해 동물의 다양한 자연의 행동을 유도하도록 사육사가 만들어졌다. 사진 필자제공
원숭이 우리.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에 의해 동물의 다양한 자연의 행동을 유도하도록 사육사가 만들어졌다. 사진 필자제공
자연 친화적으로 설계된 태국 치앙마이 동물원. 사진 필자제공
자연 친화적으로 설계된 태국 치앙마이 동물원. 사진 필자제공

인간들에 의한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산림훼손에 따른 서식지의 축소와 환경파괴, 밀렵과 남획, 그리고 무관심에 의해 많은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동물원은 이러한 멸종위기종의 보전을 위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멸종위기 동물의 유전자원은행 역할을 통해 멸종한 동물의 복원을 추진할 수도 있다.

동물원은 인간의 관람 목적을 위해 동물을 가둬두는 감옥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친해지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인간이 야생의 자연과 함께 살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듯, 야생동물 역시 인간과 살기 위해서는 많은 배려와 준비가 필요하다.

서울동물원은 2003년부터 행동풍부화 개념을 도입하여, 사육되고 있는 야생동물에게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자연에서 보이는 고유한 행동을 유도해내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동물 행동풍부화 프로그램(Behavioral enrichment)을 운영하고 있다. 행동풍부화는 먹이풍부화, 사회성풍부화, 환경풍부화, 인지풍부화, 감각풍부화, 놀이풍부화로 나누어 시행한다.

인간의 입장뿐만 아니라, 동물의 입장에서도 동물원은 편한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자연생태계를 무시한 도시 속의 동물원은 동물의 입장에서는 과히 편한 공간만은 아니다. 2013년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 정부가 동물원의 완전 폐쇄를 선언해, 세계에서 유일한 동물원이 없는 나라가 된다는 뉴스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동물원 운영주체와의 문제로 코스타리카가 동물원을 폐지하는 첫 번째 나라가 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코스타리카에서는 동물원 폐지를 요구하는 가두행진까지 있었다.

동물원이 동물을 위한 사파리 등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고, 동물을 위한 진정한 ‘노아의 방주‘가 된다면 동물원 폐지 논란은 없어질 것이다.

관람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인간만을 위한 인간 중심의 동물원이 아니라,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동물원으로 변신을 계속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인간들의 관심도 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멸종 위기의 동물을 치료하고 연구하는 종 보존 연구실의 기능은 더욱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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