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련기술 개발 봇물…토론회 등 논의 테이블 필요

 

글 / 김태헌

UNIST 생명공학 졸업.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표준화위원회 위원. 펫테크 스타트업 파이리코를 창업. 생체인식을 통한 간편 동물등록으로 전 세계 동물등록제를 개선하고자 한다.


동물등록제란?

우리나라에서는 유기·유실견의 구조 및 발생 방지를 위해 2008년부터 동물등록제가 시행됐다. 동물등록을 통해 반려견의 신원을 확실히 인증함으로써 잃어버린 반려견을 쉽게 찾고, 유기한 보호자의 신원을 추적하는 것이 가장 큰 취지다.

동물등록제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당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2014년 1월 1일부터 동물등록제 의무화를 추진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 목적으로 양육되는 3개월령(현재는 2개월령으로 조정) 이상의 개는 모두 가까운 시·군·구청에 등록해야 하고, 미등록이 적발되면 과태료가 3단계에 걸쳐 부과되는 조항까지 개설됐다.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듯 농림축산식품부가 우리나라 모든 반려견의 등록번호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 취지와 상이하게 현재 반려견들의 등록번호는 실효성 있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동물등록제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필자는 그 중 동물등록 수단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동물등록제의 기존 등록 수단

기존 동물등록 수단은 원래 내장형 마이크로칩, 외장형 펜던트, 그리고 인식표 이렇게 3가지로 구성돼 있었다. 그중 인식표는 보호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 기재 정보가 각인된 목걸이인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 제기돼 2021년 2월부터 등록 수단에서 제외됐다.

현재는 내장형 마이크로칩과 외장형 펜던트로 동물등록이 이뤄지고 있는데, 내장형 마이크로칩의 경우 반려견의 견갑골 사이 피하주사로 생체 이식을 해야 하므로 일반인은 등록할 수 없고, 반드시 수의사가 시술해야 한다.

그런데 시술 과정에서 일정 확률로 반려견에게 종양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있어 시술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보호자들이 다수 존재한다.

해당 보호자들은 대체재인 외장형 펜던트로 등록하지만 사실상 외장형 펜던트는 인식표와 다를 바 없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외부에 노출돼 있고 탈착식이기 때문에 손상이 쉬운데다가 분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필자도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에 거부감을 느껴 외장형 펜던트로 동물등록을 했지만, 산책 도중 여러 차례 분실해 벌써 4번째 외장형 펜던트를 구매한 실정이다. 이렇게 현재 활용되는 두 가지 등록 수단 모두 문제점이 뚜렷한데, 과연 이 방식으로 동물등록제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을까?

동물등록제의 현주소

전반적인 동물등록제의 현황을 살펴보면, 제도 시행 15년 차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성적표가 붙어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각종 규제강화를 진행해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이후 몇 차례씩 진행해오고 있는 동물등록 자진 신고제다.

동물등록 자진 신고제는 당해연도의 7~8월 기간에 진행된다. 그전까지 미등록 및 미신고 과태료가 면제되니 동물등록을 미뤄왔거나 깜빡했던 보호자들이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9월부터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이른바 ‘공포 마케팅’ 제도다.

자진 신고제를 처음 시행했던 2019년도에는 그전까지 동물등록제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낮았기에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전년 대비 3배 이상 등록률이 증가했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함에 따라 동물등록제에 대한 인지도 자체도 증가했다.

하지만 이듬해 2020년도에는 운영하지 않았더니 등록 참여율이 그대로 원상 복귀됐다.

그 결과, 2021년도와 2022년도는 지속해서 같은 기간을 두고 자진 신고제를 운영하며 최대한 동물등록을 장려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벌써 3차례 진행이 된 자진 신고제가 이번에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자진 신고제 운영 이후, 미등록 반려동물 또는 변경 신고를 누락한 보호자가 단속에 적발돼 과태료를 물었다는 소문은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자진 신고제를 들여다볼 점은 ‘2019년도에 3배 이상 증가한 등록률에 내장형 마이크로칩과 외장형 펜던트의 비율은 어떠한가?’이다. 데이터를 보면 외장형을 통한 등록 비율이 급증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사람들은 ‘과태료 부과’라는 공포에 쫓겨 빠르고 간편하게 등록할 수 있는 등록 수단을 찾았다는 것인데, 실효성이 없는 외장형으로 등록제 참여율이 높아지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요즘 화두가 된 것이 바로 ‘반려동물 비문인식’이다.

비문은 코의 주름을 말한다. 사진 필자제공
비문은 코의 주름을 말한다. 사진 필자제공

비문인식으로 변화할 동물등록제

반려동물 비문인식은 사람의 지문인식과 같이 개체의 고유한 생체정보를 활용해 신원인증을 할 수 있는 기술로, 반려견의 코에 있는 주름인 ‘비문’을 활용한다.

비문인식 기술은 국내에서 2012년부터 개발돼 오고 있으며 여러 스타트업을 필두로 기술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은 사례가 정부 연구개발 사업 뿐 아니라 해외의 기술 박람회, SCI급 논문 등으로 보여지고 있다.

실제 상용화 수준에 다다른 기술인 것이 눈에 들어오게 되자 3-4년 전과는 다르게 정부의 입장도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비문인식에 대한 기술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을 지적하며, 동물등록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SCI급 논문, 특허, 그리고 시험인증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며 해당 근거들이 마련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험인증 결과를 마련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거나 지자체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식의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비문인식이 새로운 동물등록 수단으로 각광받는 것은 물론 실제로 입법화가 추진될 가능성 또한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떠한 절차들을 밟아야 비문인식이 안정적으로 신규 동물등록 수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비문인식의 동물등록제 입법 추진을 위한 필요 요소

최근 동물보호법 개정 사례에서 그 힌트를 찾아보자. 때마침 2022년에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2023년 4월부터 그 효력을 갖게 됐다. 정부는 31년 만의 대대적인 개정이라며 보도자료를 내보냈고, 산업계에서도 수많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다.

해당 법률안이 논의되기 시작한 기록을 조사해보면 그 근간을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5개년 종합계획이라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했던 해당 계획은 동물과 관련한 전방위적인 정책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전부개정법률안이 나오게 된 것이 해당 계획이 실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후 전부개정법률안의 본격적인 개정 논의를 시작하게 된 것은 2021년에 진행된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전문가 연속토론회’인데, 주최 기관에는 동물복지국회포럼,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법제연구원, 그리고 동물보호단체가 있다.

해당 토론회를 주최하기 전까지 한국법제연구원에서는 연구용역을 통해 1년간 개정안 초안을 만들었고, 완성된 초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취합할 수 있도록 토론의 핵심 패널로 반려동물 산업계 전문가, 시민단체, 정부, 국회가 모두 참여했다.

토론회가 성료된 이후에는 동물복지국회포럼의 국회의원을 필두로 총 55명의 의원이 모여 법안을 발의했는데, 그중에는 법률 통과에 핵심적인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위 위원장 또한 포함돼 있어 법안의 통과 가능성을 미리 높여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들을 크게 나눠보면 (1)법안 개정을 위한 근거를 찾는 것 (2)법안 개정에 대한 이슈를 공개적으로 취합하는 것 (3)법안 심의에 핵심적인 정부 및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문인식의 입법 추진단계를 위 3단계로 빗대보자면, 현재 1단계에서 2단계로 발돋움하는 상황이다.

비문인식 기술개발 기업들이 열심히 기술 실적을 알리고 입법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근거를 내밀고 있다. 그중 2019년부터 3년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진행된 비문인식 기술개발 과제의 연구결과와 춘천에서 2021년부터 지자체 실증사업이 진행돼 8월에 최종결과가 나오는 것을 핵심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이제는 위 2단계를 진행하기 위해 정부에서 비문인식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재 또는 참여하는 토론회를 전문가, 시민단체와 개최해 다양한 의견 취합을 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3-4년간 산발적으로 비문인식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긴 했지만, 그 당시 비문인식의 신뢰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진행에 차질이 있어 왔다.

현재는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핵심사안으로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가 걸려있고, 그 첫 번째 해결과제가 비문인식 기술의 동물등록제 도입으로 방향성이 맞춰져 있는 만큼, 다양한 비문인식 기술개발 기업이 수년간 쌓아 올린 기술적 근거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앞서 언급한 연구개발 성과와 시범사업 최종결과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정부와 시민단체 등 다양한 관계자와 함께 전문가로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함으로써 제도 개선을 위한 빠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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