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체인식 기술과 동물등록제 개선 방향

“농식품부 동물등록제 혁신 의지 중요”

 

글 / 김태헌

UNIST 생명공학 졸업.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표준화위원회 위원. 펫테크 스타트업 파이리코를 창업. 생체인식을 통한 간편 동물등록으로 전 세계 동물등록제를 개선하고자 한다.


반려동물 산업은 급성장하는데 관련 제도는 어떻게?

‘반려동물 산업 급성장’, ‘폭발적인 연간 성장률’, ‘2027년 시장 규모 6조 원’ 등 우리나라 반려동물 산업은 급성장 중이라고 매년 보도자료가 터져 나온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는 수식어가 생기고, 어딜 가나 산책하는 강아지들과 동물병원, 용품점, 미용실, 카페, 호텔 등 관련 업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총 시장 규모도 성장세가 뚜렷해 어느덧 연간 4조 원에 육박한 덩치를 만들어왔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의식 수준도 강해지다 보니 프리미엄 브랜드로 객단가가 높은 상품들이 연이어 출시되며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1인당 소비 수준도 커지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성장세에 반려동물 창업자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며 다양한 사업들이 시도되고 있는 와중인데, 이런 긍정적인 산업 전망과는 반대로 반려동물 관련 제도는 산업의 성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중 최근 들어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단연 ‘펫보험’인데,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의식 수준이 올라오는 만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니 동물병원의 진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보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려동물판 심평원’, ‘반려동물 건강보험’, ‘반려동물 보유세’와 같은 키워드들이 보도자료에 회자되며 기존 민간 보험사들로만 구성돼 있는 펫보험 시장을 정부가 어떤 식으로 활성화할 수 있을지가 주목받는 것이다.

사실상 이와 같은 논의는 벌써 수년간 이어져 왔지만, 항상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현실성이 부족하다’, ‘전담기관이 부재하다’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과거의 사례들을 바탕으로 과연 이번에 나온 정책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2017년 기준, 반려동물 산업 육성 정책 일부 발췌. 자료 필자제공
2017년 기준, 반려동물 산업 육성 정책 일부 발췌. 자료 필자제공

제도 개선 대상 1순위: 펫보험 활성화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지난 2021년 5월에 개정된 수의사법 일부법률개정안의 ‘진료비 사전고시제’가 시행되는 것을 필두로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진료비 사전고시제는 2019년에 진행됐던 동물병원 진료비 실태조사에서 진료 항목이 같은데도 불구하고 진료비가 최대 5배 가까이 차이가 났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남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 이후 전국 확대 시행까지 단계별 목표 달성이 된 사례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으로는 지난 9월부터 조사 설계가 시작돼 내년 6월까지 지역별 동물병원 진료비를 조사해 최저·평균·최고 금액을 농림축산식품부 누리집에 공개하는 일정으로 진행이 될 예정이다.

2022년 국민의 힘 정책공약집 발췌. 자료 필자제공
2022년 국민의 힘 정책공약집 발췌. 자료 필자제공

진료비 사전고시제가 정착되는 과정과 함께 추진되는 정책은 같은 질병에 대해 진료를 보더라도 세부적인 진료 항목이 동물병원마다, 개체별 특성마다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고 최대한 통일할 수 있도록 진료 항목 표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본 표준화 정책은 워낙 다뤄야 하는 데이터의 범위가 넓고 양이 많아 필요성은 항상 제기됐던 반면, 예산확보와 수행 주체 확보가 쉽지 않아 시행이 제대로 되지 못했던 정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부터 ‘외이염, 아토피성 피부염, 중성화수술 등’ 10개 최다 빈도 항목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100개의 다빈도 항목에 대해 표준화를 진행한다고 해 이전보다 실현 가능성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정책들이 반려동물 진료업에 관련한 객관적인 통계를 만들어 펫보험의 상품 설계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하고, 안정적인 보장이 가능한 상품들이 출시됨에 따라 펫보험 활성화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진료비 사전고시제, 진료 항목 표준화와 더불어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병행돼야 하는 정책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동물등록제 개선이다.

앞서 말했듯 동물병원마다 세부적인 진료 항목이 다른 것 뿐만이 아니라, 개체의 특성과 품종의 특성마다 같은 질병임에도 갖가지 다른 진료 항목들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명확한 통계를 만들기 위해선 개체별 구분이 가능한 동물등록제의 활성화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정과제 펫보험 활성화 관련 보도자료가 배포될 때, 반려동물의 코주름인 비문과 안면을 활용한 생체인식 등록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하게 기재되기도 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공시제 시행 예시. 사진 필자제공
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공시제 시행 예시. 사진 필자제공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동물등록제 규제개선 전략

수년 전부터 반려동물 생체인식 관련 기술개발 스타트업들의 등장으로 반려동물 비문, 안면, 홍채인식 알고리즘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해외사례도 없는 신기술로 해당 기술들이 개발됐기에 기술의 신뢰도를 평가할 평가체계가 전무하고, 관련된 SCI급 논문도 부족했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고, 동물등록제의 신규수단으로 사용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19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한 비문인식 연구개발 과제가 올해 상반기에 종료됐고, 2021년부터 행안부와 춘천시에서 추진한 비문·안면인식 실증사업 또한 지난 9월에 종료됨에 따라 기술의 신뢰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점점 힘을 얻는 추세다.

이에 더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2021년부터 과기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반려동물 안면인식에 대한 실증 특례를 부여한 바가 있고, 최근에는 비문인식에 대한 실증 특례를 부여하기 위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등 기술의 제도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2022년 9월 농림부 규제개혁 TF 운영 계획 일부 발췌. 자료 필자제공
2022년 9월 농림부 규제개혁 TF 운영 계획 일부 발췌. 자료 필자제공

더욱 눈에 띄는 행보는 바로 지난 6월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신기술 도입을 위한 특례 및 기준을 신설하는 것인데, 총 187개의 해결해야 할 규제개선 과제 중 35개를 1차 과제로 선정했고, 그중 반려동물 안면인식 등록 방식 실증 특례 적용으로 동물등록의 규제를 면제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내년 12월까지 산출되는 실증 결과를 토대로 2024년도에 직접적인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을 개정한다는 사안까지 명시가 돼 있어 실질적인 정책의 추진 의지가 내비치는 듯하다.

향후에는 규제개혁 TF에서 유망기술 분야에 전문가 심포지엄 또는 세미나를 개최해 주요 이슈를 정리하고 격월 단위로 장관 주재 회의를 통한 개선과제 확정 발표를 한다고 한다.

미리 점쳐보는 동물등록제의 미래

위 언급한 구체적인 규제개혁 전략들로 인해 수년간 고질적으로 활성화의 한계를 맞아온 동물등록제가 새로운 등록 수단인 반려동물 생체인식 기술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기존 등록 수단 중 특히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받아온 외장형 펜던트의 경우, 반려동물 생체인식 기술이 신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 더 이상 등록 수단으로써 작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앞으로는 내장형 마이크로칩과 비문 또는 안면을 활용한 생체인식 기술 중 하나로 동물등록을 하는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생체인식 기술의 경우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시간과 장소 상관없이 보호자가 편리하게 등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동물병원에서만 시술이 가능했던 내장형 칩 대비 접근성이 월등히 높아지고, 원자재가 들어가지 않는 IT 솔루션 특성상, 비용 효율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자연스레 등록제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는 효과로 이어지고 참여율을 높이는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의 특성상 등록과 연계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용이해지기 때문에 향후 축적된 동물등록의 통계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파생 사업들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현재보다 개선이 될 예정이다.

반려동물 비문인식 어플리케이션 예시. 사진 필자제공
반려동물 비문인식 어플리케이션 예시. 사진 필자제공

다만,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기 위해 완성도가 낮은 기술로 생체인식 기반 동물등록 대행사업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대응책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이상적인 방지책은 객관적이고 실제 상황에 적용되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생체인식 기술 성능의 인증 기준을 명확히 제시, 기준을 통과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만이 등록대행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이룩해온 성과와 사례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전략을 고도화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만큼 부작용 없이 위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산업 전반에 전파할 수 있도록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과 양질의 논의를 지속하며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뉴스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