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수의과대학 설립 필요’ 연구용역
수의계, 보고서 분석·반박 ‘흐지부지’

사진 부산시청
사진 부산시청

지난 3월 동명대가 수행한 ‘부산시 소재 대학병원급 동물병원 설립 타당성 및 경제성 분석’ 연구용역이 사실상 부산대 수의과대학 설립 근거 마련을 위한 부산시의 사전 작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부산시가 발주한 이번 연구용역에는 상당수 수의계 인사들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22일 펫헬스 취재 결과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 2021년 12월 부산시 소재 대학병원급 동물병원 설립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분석하겠다며 동명대 산학협력단에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특히 부산시는 연구용역 과업 범위로 ‘대학병원급 동물병원과 연계한 지·산·학 협력 기반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유관학부 신설 타당성 분석’이라고 명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 수의과대학 신설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과업지시서에 ‘과업지시서 내용 중 미비한 사항이나 문구, 용역의 해석과 범위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발주기관(부산시)의 해석 및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적시하는 등 부산시가 용역 결과에 개입할 근거를 뒀다.

당시 캠퍼스 내 대학병원급 동물병원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동명대가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지난 3월 공개된 연구용역 결과는 부산지역에 대학동물병원을 설립하면 5년간 약 8000억 원의 경제파급 효과가 예상될 뿐 아니라 ‘반려동물 종합대학’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사실상 수의과대학 설립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부산시 소재 대학병원급 동물병원 설립 타당성 및 경제성 분석’ 보고서 일부. 반려동물 종합대학을 수의과대학으로 명기하고 있다. ⓒ펫헬스
‘부산시 소재 대학병원급 동물병원 설립 타당성 및 경제성 분석’ 보고서 일부. 반려동물 종합대학을 수의과대학으로 명기하고 있다. ⓒ펫헬스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대학동물병원과 연계된 국내 최대 반려동물 종합학과 신설을 통해 젊은 인구를 유입하고 유능한 인재 배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산학협력단은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동물질병 및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 왔다”고 평가하면서도 원헬스 기반 반려동물 의료서비스 전문인력 양성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수의과대학 설립 추진을 공식화한 부산대가 지난 10일 양산캠퍼스 대강당에서 질병관리청 관계자를 초청해 원헬스 정책 현황과 추진전략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특히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향후 계획과 관련 “국내 최대 ‘반려동물 종합대학(수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부산시의 행·재정적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밝혀 수의과대학 신설을 공식 언급했다.

부산지역의 한 수의계 인사는 “당시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는 동명대에 동물병원을 신설하고, 부산대에 수의과대학을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보고서 워딩을 보면 모두 ‘반려동물 종합대학’이라고 명기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의과대학 신설에 대한 수의계의 반발을 우려해 부산시가 애매한 명칭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미국 퍼듀대학교 수의과대학의 지역경제 파급효과 분석’ 항목을 통해 “미국 인디애나 주의 유일한 퍼듀(Purdue) 수의과대학은 주 내에서 중요한 수의의료 자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수억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경제적 영향을 미친다”고 적고 있다.

사진 부산대학교
사진 부산대학교

상당수 수의계 인사가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것도 논란거리다.

연구용역에는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 이희천 학장·김종현 부학장·유도현 동물병원 원장·황태성 동물병원 진료부장·이동빈 교수가 집필위원으로,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이영락 부산수의사회 회장·고필옥 경상국립대 수의과대학 전 학장 등이 자문위원으로 명기됐다.

부산시에서는 김유진 시 해양농수산국장, 고미자 시 청년산학창업국장, 윤지영 부산시의원, 박재범 시 남구청장 등이 자문위원을 맡았다.

부산대가 지난 10월 ‘부산지역 거점대학 수의과대학 설립요청서’를 교육부에 공식 제출한 이후 수의계의 반발이 일고 있는 것과 달리, 지난 3월에는 연구용역 결과 공개에도 불구하고 수의계의 반발이 미풍이 그친 것에 대해서도 의견도 분분하다.

또 다른 수의계 인사는 “당시에도 부산대 수의과대학 신설에 반대하는 수의사회들의 반발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이를 근거로 한 반박이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반발 움직임도 흐지부지 된 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대의 수의과대학 설립 추진을 공식화 과정을 보면 전광석화 같다는 느낌이 짙다”면서도 “사전에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비하지 못한 수의계의 잘못도 크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부산시 대학동물병원 건립의 타당성 및 경제성 분석

[신은영 기자 / 빠른 뉴스 정직한 언론 ⓒ펫헬스]

저작권자 © 뉴스펫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