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행동 카라, “솜방망이 처벌” 반발

죽은 태인이 곁을 지키는 어미 고양이. 사진 동물권행동카라
죽은 태인이 곁을 지키는 어미 고양이. 사진 동물권행동카라

고양이를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동물학대범에게 법원이 검찰의 약식 청구를 받아들여 벌금형을 선고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했다.

23일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전북 정읍 태인면사무소 인근 쓰레기처리장에서 살고 있던 아기고양이(태인이)가 학대당해 살해됐다. 학대자는 쓰레기처리장에 불법 투기하러 온 것으로 추정되는 정 모 씨로, 그는 버리려던 물체로 가만히 앉아있던 태인이를 내리쳤다.

기습적인 학대를 당한 태인이는 결국 몸부림치며 죽고 말았다. 정 씨는 그대로 트럭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어미 고양이가 놀란 듯 달려왔지만 아기가 죽는 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모든 장면은 CCTV에 녹화됐다.

시민의 제보로 카라는 사건을 고발했고, 정읍경찰서는 학대자를 특정했다.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하지만 검찰은 태인이를 살해한 정 모 씨에게 구약식 처분을 내렸다. 구약식 처분이란 검찰이 피의자가 저지른 범죄가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법원에 약식절차로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카라 측은 “담당 검사에게 약식 처분을 내린 사유를 물어보니 검사는 사안의 중함과 ‘동물학대 양형기준’대로 처리했다고 답했다”며 “‘동물학대 양형기준은 아직 마련된 것이 없지 않냐’는 카라의 질문에 검사는 ‘우리만의 자체 기준이 있으며, 혼자서 결정한 게 아니고 라인이 있어 그렇게 다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약식 청구는 처벌 형량이 벌금형만 있는 등 주로 경미한 사건에 내려지는 결정이다. 동물보호법에는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읍지청 담당 검사는 최악의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 카라 측의 설명이다.

이에 카라는 민원액션을 진행하며 정식재판 촉구 탄원서 2만958명 시민 서명부를 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전주지법 정읍지원은 정식 재판을 열지 않고 정 모 씨에게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카라 관계자는 “정읍지방검찰청은 2022년 복순이 임의 도살 사건 때도 보호자와 도살자 모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던 곳”이라며 “자체 기준이 있다는 동물학대 양형기준은 과연 어떤 내용인 것인지 의문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사건과 복순이 학대 사건을 사법부의 대표적인 솜방망이 처분 사례로 의견을 담아 양형위원회에 제출했다”며 “양형위원회에서 문제에 공감하고 제대로 된 동물학대 양형기준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은영 기자 / 빠른 뉴스 정직한 언론 ⓒ뉴스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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