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성일 펫저널 발행인
지나친 규제로 브리더들 산업 떠나…동물보호단체 주도적 역할

필자는 최근 경기도 파주의 한 카페에서 한국펫산업연합회 이기재 회장, 정엽 감사 그리고 일본에서 온 미노루 시게노(Minoru Sigeno) 씨를 만났다.

시게노 씨는 일본 펫비즈니스 전문지인 펫페이지(Pet page) 발행인 겸 일본 팻산업의 최대 단체인 일본펫푸드협회(JPFA, JAPAN PET FOOD ASSOSIATION)의 사무국장이다.

펫페이지는 1989년에 창간된 35년 전통의 일본 유일의 펫산업 전문지이다. 일본펫푸드협회는 과거 일본의 양대 펫산업 단체인 JPPMA와 JPFA를 합친 단체로 일본 펫산업 전시회인 인터펫(INTER PETS)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시게노 씨가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에 온 이유는 일본펫푸드협회와 한국펫산업연합회와의 비즈니스 교류를 위한 방법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즉 일본펫푸협회 회원사와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원사 간의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하는 동시에 일본펫푸드협회가 개최하는 인터펫을 통해 양국의 회원사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이기재 회장은 흔쾌히 승낙을 했고 일본어에 능통한 정엽 감사와 필자가 동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정엽 한국펫산업연합회 감사, 시게노 씨,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장, 필자. ⓒ뉴스펫
(사진 왼쪽부터) 정엽 한국펫산업연합회 감사, 시게노 씨,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장, 필자. ⓒ뉴스펫

사실 시게노 씨와 정엽 감사 그리고 필자의 인연은 20년이 넘었다. 지금의 한국펫사료협회가 20여 년 전 만들어질 당시 정엽 감사와 필자는 당시 일본의 가장 큰 펫산업 단체인 JPPMA에 협회 운영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 일본에 갔는데 이때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해준 사람이 시게노 씨였다.

시게노 씨의 주선으로 JPPMA 부회장을 만나 이런저런 조언을 들었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협회 주최로 펫산업전시회를 개최하되 일체 친목 도모 행사나 업계 발전에 대한 얘기는 하지 말 것’이었다.

매우 뜻밖의 얘기였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혹시 협회나 단체 결성과 유지에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해 자세히 기술함).

첫째, 어차피 같은 업계에서 경쟁 관계이기에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얘기만 할 뿐 거시적인 합일점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둘째, 자칫 트러블이 있는 회사끼리 같은 자리에 앉게 되면 불화만 생긴다.

셋째, 협회에 불편한 경쟁 업체가 있는 경우 그 업체는 협회에 가입하지 않는다.

넷째, 따라서 산업에 관한 어떠한 얘기도 안 하기로 하고 전시회에 관한 얘기만 하기로 결정하면 다 모인다.

다섯째, 일단 모여서 성공적인 전시회 개최라는 공통분모만을 논의하다 보면 서로를 알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오해도 풀리고 문제가 있을 시 문제해결의 실마리도 풀린다.

여섯째, 그렇게 시간이 지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업계 문제 해결과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러한 조언은 적중하여 지금의 한국펫사료협회가 생겼고 지금의 케이펫페어가 생겨 성공적으로 한국펫산업의 중심적인 단체와 펫산업전시회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시게노 씨는 우리 펫산업에 고마운 존재였다. 이후 필자는 시게노 씨가 집필한 ‘펫샵 경영학’의 한국 판권을 사서 발행을 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보는 시게노 씨에게 일본 펫산업 현황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는 일본의 펫산업은 사양화 돼 간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일본의 펫문화는 늘 우리보다 10여 년 정도 앞섰고 이는 거의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기억에는 견종의 유행이 그랬고, 미용학원사업이 그랬고, 펫경매장이 그랬고, 펫샵 프렌차이즈가 그랬고, 반려견과 반려묘의 숫자의 사이클이 그랬고, 동물보호단체의 활동이 그랬다.

그런데 사양화 돼 간다는 말과 그 이유에 대해 듣고 필자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지금의 우리나라의 상황과 너무나 판박이였기 때문이다.

시게노 씨에 의하면 지금 일본의 반려견 숫자는 700만 두다. 한창때 1200만 두였는데 계속 숫자가 줄고 미용실이나 펫샵 등 관련 산업 역시 축소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단지 펫푸드 만은 약간 상승세라고 한다. 이는 숫자가 줄어드는 대신 펫푸드의 프리미엄화로 고가의 기능성 펫푸드나 간식을 먹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산업이 그렇게 수직 낙하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동물보호법 강화에 의한 지나친 규제’가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규제가 심하다 보니 수익성 악화로 전문적으로 반려견을 키우는 농장이나 브리더들이 업계를 떠남, 반려견 생산의 감소, 자연스럽게 반려견 가격의 상승, 반려견 인구는 줄어듦, 펫산업 역시 규모가 줄고 현재와 같이 반토막이 나는 수순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그렇게 동물보호법을 강화시켰는가? 동물보호단체의 정치권에 대한 로비가 원인이었다. 놀랍게도 작금의 우리의 현실은 일본의 과거인 것이다. 최근 동물보호단체의 루시법 입법화는 바로 일본 동물단체들의 행보와 같은 것이다.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장은 일본의 펫산업 실상을 듣고 긴 한숨을 쉬었다. ⓒ뉴스펫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장은 일본의 펫산업 실상을 듣고 긴 한숨을 쉬었다. ⓒ뉴스펫

이기재 회장은 시게노 씨에게 물었다.

“그렇게 펫산업이 망가질 때까지 일본의 펫산업은 왜 막지 못했나요”

시게노 씨는 답했다.

“동물보호단체가 그렇게 커지리라곤 생각 못했지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이기재 회장은 물었다.

“우리도 비슷한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나친 규제가 일본 펫산업 수직 낙하의 원인이라는 시게노 씨. ⓒ뉴스펫
지나친 규제가 일본 펫산업 수직 낙하의 원인이라는 시게노 씨. ⓒ뉴스펫

시게노 씨는 답했다

“첫째, 동물보호단체가 이슈화하지 못하도록 반려동물 생산업에 대한 자체 정화가 있어야 합니다. 같은 업계라고 감싸는 것은 수렁에 계속 빠지는 것이죠. 일본에도 동물 학대 수준의 열악한 브리더들이 있었고 동물보호단체는 이런 케이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업계를 곤경에 빠트렸지요.

그 결과 각종 시설이나 환경 규제와 함께 일본의 브리더들은 15마리 이상 키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업계가 단결하여 정치권과 관련 정부 부처에게 지속적으로 산업에 대해 알리고 로비를 해야 합니다. 펫산업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고 동물보호단체의 지적이 모두 옳지 않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셋째, 펫산업 내의 각 분야에 정부 주도의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여 철저한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는 문제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 감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넷째, 펫산업인들이 협회를 중심으로 모여서 어떻게 할 것인지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산업인들의 단결이 필요하겠지요. 일본은 단결을 하지 못해 지금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기재 회장, 정엽 감사, 그리고 필자는 긴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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