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필 훈련사의 ‘가정견 기초교육’

인간은 살아가면서 여기저기 다양한 장소를 다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일을 한다. 개들의 삶도 사람들처럼 그렇게 다양할까.

오래전 동물원 동물들에 관한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제한된 사육공간에서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으로 인해 이상행동을 하는 동물들이 생겨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바로 행동풍부화인데, 사육 환경과 먹이 급여방법 등의 변화를 통해 야생동물들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행동양식들을 자연스럽게 나타낼 수 있도록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오늘날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반려견들에게 산책은 어떤 의미일까? 하루 24시간 중 약 12시간 이상 잠을 자며(낮잠 포함)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약 20시간 정도) 실내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도심 속 반려견들에게 있어 산책은 그들에게 어떤 경험이고,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반려견들은 보호자와 함께 하는 산책 시간이 기나긴 하루 일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일 것이다.

일주일에 산책을 몇 번, 혹은 하루에 산책을 몇 번 해줘야 좋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혹자는 말한다. ‘산책은 하루에 3~4번 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려견 컨디션에 따라 하루 한번을 해 주어도 되고, 오전 오후 두 번을 해 주어도 되고, 세 번을 해주어도 좋다. 그러나 반려견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이틀 혹은 삼일에 한번 할 수도 있다. 보호자의 여건이 허락하지 않을 때는 산책을 못 나가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산책 횟수가 아니라 반려견에게 있어 산책은 어떤 시간이며, 어떤 경험이고, 어떤 의미를 지니게 하는가이다.

산책은 반려견만의 시간도 아니며, 그렇다고 보호자만의 시간도 아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며, 정서적·감정적·신체적 교감을 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산책을 통해 반려견이 충분한 감각자극을 받아야 하며, 산책을 통해 반려견이 충분한 신체적 욕구가 발산되어야 하며, 산책을 통해 충분한 정서적 욕구가 해소되어야 질 좋은 산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산책을 나가면 도심의 다양한 환경,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스트레스는 신체면역기능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반려견은 산책을 통해 후각활동을 하여 다양한 냄새자극을 받고, 움직이는 다양한 사물들을 보며 시각적 자극을 받기도 한다.

또한 발바닥에 느껴지는 콘크리트·모래·흙·대리석·잔디 등 다양한 노면을 통해 촉각 자극도 받는다. 이러한 감각자극을 꾸준히 받으며 생활하면 반려견의 건강에도 유익한 측면이 있다.

요즘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올 때 반려견 전용 신발을 신고 나온 개들을 볼 수 있다. 책을 다녀오면 발이 더러워지는 것을 염려해 신발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손에 장갑을 끼고 컴퓨터의 키보드 자판을 누르는 것과 유사하다.

반려견의 발에는 땀샘이 있다. 땀이 분비되면 발자국을 통해 자신의 체취가 남기도 하고, 코를 땅에 대고 냄새를 맡다가 발톱으로 땅을 긁기도 하고, 마킹(영역표시)을 한 자리에서 뒷발로 냄새를 퍼뜨리기도 하는데, 반려견이 신발을 신으면 그런 본능적인 행동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반려견을 대할 때, 사람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까닭에 생겨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반려견, 즉 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들을 대해주는 것이 반려견을 올바르게 대하는 보호자의 태도다.

반려견의 삶에 있어서, 보호자와 함께하는 산책시간 보다 더 유익한 시간은 없을 것이다. 산책시간 만큼은 본능적인 행동이 자연스럽게 발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반려견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고, 이로 인해 보호자에게 의존적인 행동들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집에 남겨진 반려견의 모습이 안쓰럽고, 그로인해 분리불안 행동이 생길까봐 노심초사 걱정하는 반려인들이 많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반려견 스스로 편안함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산책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떨까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편안하고 즐거운 반려견 산책을 위한 tip(짧은 리드줄, 긴 리드줄 2개가 있으면 좋다)

1. 산책 출발 전, 흥분한 상태로 출발 하지 않기

2. 흥분이 가라앉지 않으면 줄을 내려놓고, 5분 뒤 다시 시도

3. 흥분이 가라앉으면, 차분하게 보호자 먼저 현관 나서기

4. 집 앞 가까운 곳에 화단, 풀숲, 건물 모서리 등 다른 동물의 냄새흔적이 남아있는 곳(포인트)을 정해서 충분히 탐색하게 해 주기 (처음에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중간에 포인트를 3~5곳 정도 설정)

5. 목적지까지 가는 길의 루트 변화 주기(진로 변경)

6. 목적지에 도달하면 반려견을 불러서 주인에게 오게 하고, 보상으로 긴 줄로 교체하여 행동반경을 넓혀준다

7. 냄새를 맡는 포인트 장소를 달리하고, 포인트에 머무르는 횟수의 변화도 주면서 늘 반려견에게 끌려 다니지 않도록 변화를 주고, 반려견도 기대심리를 갖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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