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참피온 애견’ 김성달 대표…국내 최초 애견경매장 만들어

충무로 ‘참피온 애견’ 김성달 대표. ⓒ펫헬스
충무로 ‘참피온 애견’ 김성달 대표. ⓒ펫헬스

서울 충무로는 한 때 반려동물 관련 사업장이 50여 곳 있었다. 충무로를 ‘한국 애견의 메카’라 했었다.

지금이야 반려견이라 하지만 얼마 전까지 애견이란 단어가 펫산업의 대표 단어였다. 충무로의 관련 사업장들은 거의 애견이란 단어를 상호에 사용했다. 당시 펫샵들은 거의 애견분양샵이었고 애견동물병원, 애견미용학원, 애견경매장, 애견단체, 애견잡지사 등이 혼재해 있었다. 앞에 고유명사만 붙이면 상호가 됐다.

지금의 충무로는 거의 재건축돼 몇몇 관련 업체만 남아서 옛날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용품샵은 참피언 애견, 중앙 애견, 보람 애견 3곳이며 분양샵은 5곳, 미용실 1곳, 미용학원(권상국애견미용학원) 1곳, 동물병원(윤신근 박사 동물병원, 황동물병원, 대한동물병원) 3곳이 전부다.

이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은 ‘참피언 애견’으로 김성달 씨가 대표다. 올해 70대 중반으로, 용품 펫샵 1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8년도에 개업했으니 어언 35년이 돼간다.

원래는 지금의 장소에서 책방을 했는데 지금은 고인이 된 옆집 애견샵 사장이 권유해서 펫샵을 하게 됐다.

외부 전경. ⓒ펫헬스
외부 전경. ⓒ펫헬스

“그 당시는 88올림픽이 개최되었던 때인데 애견붐이 엄청났죠. 그 당시 우리 책방은 가뭄에 콩 나듯이 손님이 드나드는데 옆집은 물론 충무로 일대가 애견 손님으로 늘 북적였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업종 전환을 하게 됐죠. 잘했다, 잘못했다를 떠나서 자식들(2남 1녀) 잘 키워 시집 장가 보내고 부부가 먹고는 사니 후회는 없죠”

김 대표는 35년간 펫샵만 한 것은 아니다. 당시에 충무로를 중심으로 서울켄넬클럽이란 펫샵 사장들 모임이 있었다. 김 대표는 서울켄넬클럽의 3대 회장을 맡아 클럽이 없어질 때까지 회장을 했다.

“당시 펫샵만 30여 개가 있었는데 모임을 만들자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다가 1990년도에 서울켄넬클럽을 만들었고 충무로의 펫샵 사장들은 다 가입을 했어요. 초대 회장은 덕수가축이란 종견샵을 운영하던 이종열 씨가 회장을 했고 내가 총무를 했죠. 이 때 총무일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지금 와선 조금 후회가 돼요. 가게는 아내에게 맡겨놓고 나는 늘 모임 일 한답시고 밖으로만 돌았으니까요. 그냥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서 클럽일을 열심히 했죠. 그리고 3대 부터는 제가 회장을 맡아 10여 년간 이끌었죠”

내부 전경. ⓒ펫헬스
내부 전경. ⓒ펫헬스

당시 서울켄넬클럽의 탄생은 사료나 용품업자들에겐 매우 고마운 존재였다. 모임 때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 서울에서 가장 큰 시장인 퇴계로의 펫샵들을 일일이 방문하는 수고를 덜어줬기 때문이다. 사료나 용품 사업자들도 차츰 서울켄넬클럽에 회원으로 가입해 클럽은 커지게 됐다.

“그러다가 중국에 애견붐이 일었어요. 적지 않은 회원들이 중국으로 사업장을 옮기면서 모임도 점차 시들해지고 외곽에도 펫샵들이 많이 생기면서 나름대로 이런 저런 모임이 여럿 생겼죠”

“결국 클럽을 해체했고 퇴계로에 더 이상의 모임은 없게 됐죠. 그때는 정말 퇴계로가 훈훈했어요. 전부 형님 동생하면서 지냈으니까요. 물론 사람 모이는 곳이다 보니 다툴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뿐이고 누군가 중재를 해 저녁에 모여 식사하면 풀어지곤 했죠”

김성달 대표는 코로나 이전 매일 자전거를 탔다. ⓒ펫헬스
김성달 대표는 코로나 이전 매일 자전거를 탔다. ⓒ펫헬스

김 대표가 퇴계로에서 한 일 중에 가장 기념비적인 일이 있다. 바로 국내 최초의 애견경매장인 ‘서울애견경매장’을 퇴계로 동료 7명과 함께 1993년도에 개업한 것이다. 이 일은 많은 사람에게 박수를 받았다.

당시 번식농장은 서울 근교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분양샵을 하는 사장들이 직접 번식장에 들러 강아지를 가져다가 펫샵에서 팔았다. 혹은 번식업하시는 분들이 새끼를 직접 펫샵에 가지고 와서 판매하기도 했다. 거래가 이렇다 보니 외상 문제나 강아지 질명 문제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애견 경매장을 벤치마킹해 경매장을 만든 것이다.

경매장은 대성공이었다. 번식업자는 판로 걱정이나 돈 떼일 걱정이 없어서 좋고, 펫샵은 충무로에 가만히 않아서 좋은 강아지를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가성비 좋은 간식 구비. ⓒ펫헬스
가성비 좋은 간식 구비. ⓒ펫헬스

“아마 이때가 내 인생의 전성기가 아닌가 싶어요. 바쁘기도 바빴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분양업자와 생산업자가 몰렸으니까요. 거래량도 어마어마했죠.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고 여러 명이 동업하다 보니 잡음도 많았어요. 그러나 우리나라 애견 유통의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일이죠. 지금도 그 명맥을 전국의 경매장이 이어가고 있으니 평생 의미 있는 일 하나는 한 것 같아요”

서울애견경매장은 우리나라 펫산업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애견유통업을 선진화시켰고 여러가지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일시에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런 서울애견경매장의 성공에 힘입어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에서 경매장 붐이 일었고 김 대표는 그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애견산업이 자리잡는데 한 몫 했다.

목줄이 종류별로 구비돼 있다. ⓒ펫헬스
목줄이 종류별로 구비돼 있다. ⓒ펫헬스

그렇게 화려했던 시절도 퇴계로가 시들해지면서 경매장도 시들해져 경매장은 후배에게 물려주고 10년 전부터는 펫샵에만 전념하게 됐다.

“어느 날 뒤를 돌아보니까 나이가 70이 넘었더라구요. 무척 허무했지죠. 내가 이렇게 조그마한 펫샵 하나 남기기 위해 평생을 앞만 보고 달려왔나 하는, 뭐라 할까, 자괴감이랄까. 아무튼 알 수 없는 우울함이 하루하루 깊어지는 거에요”

김 대표는 극심한 공황장애에 근 1년 넘게 시달렸다.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운동도 좋아했던 김 대표였기에 코로나로 인한 대인관계의 단절도 공황장애 원인 중 하나였다. 아침에 눈을 뜨기가 겁날 정도로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었다. 누구보다 체력이 강하고, 누구보다 정신력도 좋다고 생각한 그였기에 공황장애는 받아들이기 힘든 병이었다.

그러나 지인은 소개로 좋은 의사를 만나 8개월 간의 약물 치료와 운동 요법으로 거뜬히 과거의 ‘김성달’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때가 올해 봄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연습을 한 시기였고 내려놓기를 실천한 시기였죠. 그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고,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또 화목한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는 시기였어요. 그렇게 내려놓고 감사한 마음으로 거듭나다 보니까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에요”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한지도 몰라. 지금은 가게 일을 그 어느 때 보다 열심히 하죠. 경제적인 활동보다도 찾아오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것이 너무 좋아요. 무엇보다 다시 태어나도록 옆에서 열심히 응원해준 아내에게 너무나 감사할 뿐이죠. 이 자리를 빌어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김성달 대표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그는 극구 사양했다. 마침 옆에 계시던 사모님이 ‘김 기자가 그렇게 부탁하는데 한번 들어주라’고 거들어 줘서 간신히 인터뷰가 성사됐다.

김 대표는 자전거 매니아로, 동호회 회장도 했다. 지금도 동호인들이 찾아올 때가 제일 반갑다. 부디 예전처럼 자전거 타고 전국으로 훨훨 날라다니기길 기대해 본다.

최근 유행하는 통간식. ⓒ펫헬스
최근 유행하는 통간식. ⓒ펫헬스
유명 메이커 간식이 가득하다. ⓒ펫헬스
유명 메이커 간식이 가득하다. ⓒ펫헬스
장난감들이 아기자기하게 구비돼 있다. ⓒ펫헬스
장난감들이 아기자기하게 구비돼 있다. ⓒ펫헬스
한쪽 벽면은 사료로 채웠다. ⓒ펫헬스
한쪽 벽면은 사료로 채웠다. ⓒ펫헬스

[글/사진 김성일 펫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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